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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국제연구원
The May 18 International Research Institute
연구활동
5·18연구논문
<2023 MOU 연구기관 우수학술논문> 공개
- 작성자
- master
- 작성일
- 2025-07-29
- 조회 수
- 26회
<2023 MOU 연구기관 우수학술논문> 공개
5·18기념재단은 5·18연구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연구기관들과 MOU를 체결하여 5·18과 관련된 우수한 학술논문을 포상하고 있습니다.
2023 MOU연구기관 우수학술논문에 선정된 다섯 편의 논문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 김주선, 「임철우의 ‘봄날’에 나타난 5·18 항쟁 공동체의 형성 원리 연구: 감정과 정동을 중심으로」, 『감성연구』 제26집 (2023)
거대한 사회적 현상에는 반드시 특정한 인지와 연관된 감정이 강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을 결속하여 연대감을 만들고 이를 지속하게 하는 힘은 감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5・18도 마찬가지다. 항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특정한 인지/감정 속에서 공동체적 연관을 맺었다. 특히 시민들의 분노, 죄책감, 슬픔 등의 감정은 각자의 행복주의적 방향 속에서 공동체성을 더 강하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항쟁에 뛰어드는 모습은 정동의 영향이 컸다. 정동은 여전히 그 정체를 명확히 밝힐 수 없는 ‘절대공동체’를 형성하는 핵심 원리다. 나와 너가 분리되지 않았던 그 공동체적 순간은 정동을 끊임없이 증폭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해방 광주의 분열 역시 감정과 정동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소위 항전파는 그동안 시민들이 흘린 피를 헛되이 할 수 없다고 외치거나 집회의 의례적 성격을 강조하여 투쟁적 감정/정동을 고취하려 애썼으나 생명의 소중함, 가족에 대한 걱정, 승산 없는 싸움, 시민들의 계급적 차이에서 오는 불화 등을 극복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절대공동체를 가능케 했던 감정/정동의 강도적 역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5・18의 감정/정동 연구가 5・18을 새롭게 보게 만들 듯 감정론적/정동론적 연구는 다른 사회적 참사를 이해하는 또 다른 틀이 될 것이다.
❍ 김형중, 「‘총’이라는 물건: ‘사건’으로서의 5·18과 ‘총’」, 『감성연구』 제26집 (2023)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전남 나주의 한 나환자촌에서 자원봉사를 한 폴 코트라이트(Paul Courtright)의 회고록에는 1980년 5월 21일 나주 인근 남평경찰서에서 일어난 기묘한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벤야민의 용어로 말해 법보존적이면서 동시에 법정립적이기도 했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해방적인 축제가 거기서 벌어졌다. 이 글은 그 장면의 낯설음으로 인해 제기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되었다. 그 질문들은 5・18과 총의 사회 심리학이라는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시민들은 어떤 결의 속에서 혹은 망설임과 두려움 속에서 총을 들었는가? 그리고 윤상원들은 총과 함께 어떻게 알랭 바디우적 의미에서 ‘정치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또한 이 글은 5・18에 대한 정신분석적 연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입문적 성격의 글이기도 하다.
❍ 장수희, 「한국전쟁을 둘러싼 일본의 평화와 망각의 감성구조: 노로 구니노부의 「벽화」를 중심으로」, 『감성연구』 제26집 (2023)
이 글은 노로 구니노부의 「벽화」속, 단절적 역사 인식과 연속적 삶 사이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인물을 통해 한국전쟁과 식민주의가 일본에서 어떻게 망각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식민주의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는 별개인 것처럼 논의되는 ‘평화헌법’과 일본의 평화는 식민주의-아시아태평양전쟁의 종결-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책임의 과제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바다 건너의 ‘평화’와 그 맞은 편의 ‘분단/전쟁’이 각각의 장소에서 어떠한 삶과 역사를 만들어 냈는지는 따로 떼어서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평화와 역사적 책임에 대한 망각의 구조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때,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공통 감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문동규, 「‘10·19’: 증언과 진리」, 『감성연구』 제27집 (2023)
‘10・19(일명 여순사건)’가 발생한 지 74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10・19는 망각 속에 잠들고 있다. 제14연대 봉기군이었던 김흥복이 1955년 1월 23일 죽음으로써 10・19가 종말에 이르러 68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10・19는 탈은폐되지 못하고 은폐되어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10・19에 대한 다양한 증언을 채록해서 증언록들이 편찬되고 있다. 이에 이 글은 증언이 진리일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것도 ‘비은폐성으로서의 진리’와 ‘10・19의 증언’이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이 글은 ‘10・19의 증언은 알레테이아로서의 진리이다’라는 것을 피력하고 있다. 물론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진리의 일치설에 근거해서 증언과 진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증언이 사실과 부합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증언에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증언은 ‘기억 말’로서 이미 경험한 것을 기억을 통해 훤히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언은 망각되고 은폐된 사실을 탈은폐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 박찬모, 「‘10·19’의 애도 작업을 위한 시론: 구술 증언과 구술 생애담을 대상으로」, 『감성연구』 제27집(2023)
본고는 애도 작업이라는 관점에서 ‘10・19’ 관련 각종 보고서의 토대 자료가 된 구술 증언과 유족들의 구술 생애담을 검토하여 그것들의 의의와 가치를 고찰하고자 한 시론적 성격의 글이다. 애도는 대상 상실에서 비롯된 멜랑콜리의 검은 마술을 피해 슬픔의 정동을 극복한 후 상실한 대상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그것은 노동으로서의 애도 작업을 필요로 한다. 더욱이 상실 대상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구축된 공적 기억과 국사에서 타자화된 존재일 때 그에 대한 애도 작업은 금압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10・19와 관련하여 1980년대 말부터 채록된 구술 증언과 구술 생애담은 10・19로 희생된 死者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구술자가 천착한 죽음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자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주체화의 면면을 담아냄으로써 10・19에 대한 직・간접적인 애도 작업을 추동해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특히 구술 생애담이 애도 주체의 책임 문제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윤리적・정치적 지평을 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그것이 애도 작업의 종결 불가능성을 언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논문 전문은 첨부파일 참고
※문의 : 5·18국제연구원 김주영(062-360-0577)